FIFA 주관 대회서 사상 첫 준우승 쾌거 U-20 대표팀, 골짜기 세대→황금 세대로 점프

입력 2019-06-16 17:53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

정정용의 '이해 리더십' 빛나
스타 없어도 '원팀의 힘' 보여줘



[ 조희찬 기자 ] ‘골짜기 세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둔 ‘정정용호’는 이렇게 불렸다. 2017년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백승호(지로나),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포함된 ‘황금 세대’ 대표팀에 비하면 내세울 선수는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이 사실상 전부였다. 21명 중 1부 리그인 K리그1에서 뛰어본 선수라곤 조영욱(서울)과 전세진(수원) 등 두 명에 불과했다. 1부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K리그 2부팀 소속이 6명, 대학생도 2명이 포함됐다.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끝난 2019 U-20 월드컵 결승전 후 골짜기 세대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황금 세대로 다시 태어났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대회 결승전 우크라이나와의 맞대결에서 1-3으로 아쉽게 역전패했으나 준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남자 축구가 거둔 최고 성적이며 과거 황금 세대들이 넘보지 못했던 고지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3차전에서 잇달아 승리하더니 일본, 세네갈, 에콰도르까지 파죽지세로 격파하며 질주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똘똘 뭉쳤고 강해졌다. 이날 열린 우크라이나전을 앞두고 주전 선수 11명이 아니라 선수단 21명 전원이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원을 그린 모습은 ‘원팀’의 팀워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흥과 즐거움이 ‘청춘 전사’의 질주본능을 일깨웠다면, 비(非)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정 감독의 ‘이해 리더십’은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지시가 아닌 선수들의 이해를 우선하되, 상대에 따라 전형을 바꾸는 ‘팔색조 전술’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반 5분 만에 김세윤(대전)이 얻은 페널티킥을 이강인이 선제골로 연결해 우승까지 노렸다. 하지만 전반 34분, 후반 8분, 후반 44분 잇달아 세 골을 내줬다. 후반 24분 이강인의 왼쪽 코너킥을 이재익(강원)이 헤딩슛한 게 상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크로스바를 맞힌 것은 두고두고 남을 아쉬움이다.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동점 기회가 날아갔다.

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전술적인 준비에서 내가 부족했다. 선수들은 앞으로 5년, 10년 후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이강인이라는 보물을 수확했다.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 격인 골든볼을 수상하며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에 알렸다. 18세에 골든볼을 받은 선수는 2005년 네덜란드 대회 때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 이어 14년 만이다. 역대 U-20 월드컵으로는 네 번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재 축구 소년’으로 불리던 그는 지난해 한국 선수 최연소(17세 253일)로 유럽 프로축구 공식경기 데뷔를 치렀다. 형들보다 두 살이나 어린 막내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팀을 이끄는 ‘막내 리더십’을 보여줬다. 준우승 직후에도 그는 “다들 열심히 뛰었고 후회가 없다. 골든볼을 받은 건 저에게 잘해주고 경기장에서 하나가 돼 뛰어준 형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강인은 이번 활약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 네덜란드의 아약스 암스테르담, PSV 에인트호번 등 유수 클럽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지금 활약을 이어간다면 성인 대표팀인 ‘벤투호’ 합류는 물론 A매치 데뷔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멋지게 놀고 나온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며 “젊음을 이해하고 넓게 품어준 감독님과 선수들은 우리 마음에 가장 멋진 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U-20 축구대표팀 환영 행사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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